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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by 코코샤넬8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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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신세계'

 

시놉시스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최민식)은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그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한다. 그리고 8년 뒤, 자성은 골드문의 2인자이자 그룹 실세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른다. "우리 브라더는 그냥 딱, 이 X 같은 형님만 믿으면 돼야!"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석방된 골드문 석동출 회장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강 과장(최민식)은 골드문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후계자 전쟁의 한가운데, 정청(황정민)은 8년 전, 고향 여수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모든 순간을 함께 해 온 자성(이정재)에게 더욱 강한 신뢰를 보낸다. "약속했잖습니까…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한편,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강 과장(최민식)은 계속 자성(이정재)의 목을 조여만 간다. 시시각각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자성(이정재)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르는 경찰과, 형제의 의리로 대하는 정청(황정민)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감독/출연진

감독: 박훈정

주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조연: 박성웅, 송지효, 김윤성, 나광훈, 박로사, 최일화, 주진모, 장광, 권태원, 김홍파

우정출연: 류승범, 마동석

특별출연: 이경영

 

 

수상내역

2013

- 34회 청룡영화상(남우주연상)

- 50회 대종상 영화제(음악상)

- 46회 시체스영화제(포커스 아시아)

- 22회 부일영화상(남우 주연상)

- 5회 본 스릴러 국제영화제(심사위원 상)

 

 

특징

경찰이 조폭에 잠입한다는 설정은 무간도 트릴로지, 디파티드, 도니 브래스코와, 라이벌 내지 방해가 되는 자를 제거하는 것은 대부와, 선거를 통해 조직의 보스를 결정한다는 설정은 두기봉의 흑사회와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신세계는 유명한 범죄 영화들의 짜깁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 항목을 참고. 다만, 언급된 작품들과 '신세계' 모두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황정민에 대해서는 탑 오브 탑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정재와 최민식이 맡은 역은 상당히 일관된 감정선을 갖는 캐릭터인 데 반해서 황정민이 맡은 정청은 동적이고 감정 변화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더욱 더 연기력이 부각되는 듯하다. 물론, 최민식과 이정재도 호연을 보여 주었다.

 

박성웅은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작중 존재감에서는 정청을 연기한 황정민에 버금가는 호연을 보여주었다.

현실의 폭력단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는 만큼 한국의 조폭이 마피아처럼 바뀐 가상의 세계관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

 

 

줄거리

1.신세계 프로젝트 이전

강형철 과장은 귀화한 화교 출신의 신임 경찰 청년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여수의 건달이었던 정청과 한패가 되도록 조장한다. 정청은 이자성의 보좌를 받으며 조직을 만들고 급성장해 6년 만에 전라도를 제패한 조직 '북대문파'의 보스가 되고 서울까지 진출한다.

 

비슷한 시기에 장수기가 보스인 서울의 '제일파'와, 석동출이 보스인 경상도의 '재범파'까지 3개 조직은 서울에서 영역이 겹치게 되면서 충돌한다. 이 당시 강 과장을 위시한 경찰측에서는 북대문파를 이용해 3개의 조직이 분쟁을 벌이도록 해서 전부 공멸시키려고 계획한다.

 

그러나 예상 외의 사태가 발생한다. 제일파, 북대문파, 재범파가 싸우지 않는 것을 넘어서 조직을 전부 합쳐 하나의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한 것이다. 재범파의 보스인 석동출이 회장이 된 조직연합은 골드문이라는 이름의 중견기업으로 변모한다. 석동출, 장수기, 정청이 순서대로 1, 2, 3위를 차지했고 작지는 않지만 3대 조직에 비할 바는 아닌 중소 계파의 이사들과 각각 재범파와 북대문파의 2인자였던 이중구, 이자성도 중역을 차지했다. 합치기 이전에도 각자 전국구로 통할만큼 세력이 컸던 골드문은 금방 금융, 건설, 무역, 엔터테인먼트, 관광까지 아우르며 큰 기업으로 성장해버리고 만다.

 

이 과정에서 골드문은 정계와 교육계에도 발을 뻗쳐서 기업다운 세력을 구축했으며, 내부 투쟁에서 열세에 처한 제일파는 계파로는 사실상 해체되고 장수 기는 바지사장으로 전락한다. 삼합회와 튼튼한 인맥을 가진 북대문 파는 건설과 무역 등의 이권이 큰 대외 사업을 전담하면서 정청은 종이호랑이 장수 기를 넘어서는 사실상 골드문 서열 2위, 석동출 회장의 신임을 받는 위치에 오른다. 반면 지지세력은 탄탄하지만 입지가 애매해진 인물이 그다음서열인 이중구였는데, 젊은 나이에 석회장의 최 측근으로서 재범파의 서열 2위인 이중구는 재범파를 이끌고 금융과 정보통신 사업을 담당했으나 점차 골드문 내의 입지에서 정청에게 밀리는 인상을 받게 된다.

 

경찰은 단순 깡패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불린 이들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특히 이자성을 통해 조종해 온 줄 알았던 정청의 어이없는 조직 통일 탓에 계획을 망친 강 과장은 분을 삭혀야 했다. 기업형 거대조직 탄생에 일조해 버린 강 과장은 자신의 마지막 패인 이자성을 온갖 수단으로 압박하면서 무리할 정도의 스파이 행위를 강요했다.

 

이자성은 몇번이고 말을 번복하고 자신을 협박하고 괄시하는 강 과장에게 분노했지만, 경찰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위해 강 과장의 요구를 들어 골드문 내부자료를 경찰 쪽에 계속해서 흘렸다.

 

그 결과 석 회장은 경찰에 체포되기에 이르지만,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멀쩡히 풀려난다. 골드문 내부에서는 회장의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대적인 내부 스파이 숙청이 일어나면서 기존 간부들이 여럿 제거당했다.

 

2. 골드문의 내분

어느 한산한 부둣가, 골드문의 영업이사 이자성과 부하인 오석무 일당이 최 이사를 스파이 혐의로 고문을 하게 된다. 최 이사가 제발 믿어달라 애원하지만 결국 이자성은 최 이사를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바다에 수장시킨다.

 

한편 뇌물 혐의로 구속당했던 골드문의 회장 석동출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되는데, 내연녀를 만나고 오는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골드문 석 회장의 교통사고 때문에 중국에 출장 갔던 이자성의 오랜 지인이자 상관인 정청이 급히 귀국하고 골드문 부회장 장수기, 이사 이중구와 함께 병원에서 회장의 수술을 지켜보지만 결국 석동출은 사망한다.

 

이후 골드문의 전 직원과 간부가 모인 성대한 장례식이 열리고, 이를 감시하고 있던 경찰들이 이중구의 재범파에게 발각된다. 이 때 강형철 과장이 나타나 이중구와 신경전을 벌이고 질긴 악연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다.

 

한편 다시 중국 거래를 마무리짓기 위해 출국하려던 정청은 공항에서 경찰에게 이끌려 강 과장과 잠시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그는 '네가 협조한다면 이중구를 주저앉혀 후계자 전쟁을 도와주겠다'는 의도를 넌지시 비친다. 정청은 그의 본심을 파악할 수 없어 일단은 거절하고 출국하지만, 이때 건네받은 자료에는 이중구의 비리뿐만이 아니라 골드문의 극비 내부 자료들도 있었고, 그동안신경을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드문 내에 프락치(경찰 측 정보원)들이 있음을 깨닫고서 강 과장의 명함을 토대로 자신의 변호사이자 비서에게 중국 해커들을 고용해 경찰청 자료를 해킹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한편, 만일을 대비해서 연변의 살인청부업자 조직(일명 '연변 거지들')도 불러들이라고 지시한다.

 

한편 정청이 중국에 가 있는 사이 이중구는 그룹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골드문 간부들을 포섭한다. 이 때 이득을 좀 챙겨주길 요구하는 이사들에게 중구는 석동출의 죽음이 사실 사고사가 아닌 타살이었음을 암시한 뒤 그들을 겁박한다. 살려는 드릴게 그렇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었지만...

 

이중구는 측근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강 과장의 손에 연행되어 구속되면서 후계자 결정이 코 앞인 상황에서 속수무책인 상태가 된다. 그리고 정청이 면회를 가자 이중구는 정청이 손을 써서 이 지경이 된 것이라 생각하고 분노를 드러내며 회장님도 네가 죽인 게 아니었냐고 쏘아댄다.

 

한편 제보를 한 스파이인 자성은 계속되는 임무에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강 과장이 머무는 낚시터에 들어가 짜증 내는 등 그에게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3. 정청의 반격

정청은 일정보다 일찍 귀국을 한 뒤 강 과장을 매수하기 위해 뇌물 공세로 월병 세트에 돈세탁 자금을 담아서 주지만, 강 과장은 거절한다. 그리고 정청에게 골드문을 장악하고 경찰과 협조적인 관계가 될 것을 요구하는데, 정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단 대답을 뒤로 미루기로 한다.

 

그러나 중국의 해커 집단이 캐낸 경찰청 자료를 통해 골드문에 잠입한 스파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던 정청은 강 과장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국내에 데려왔던 '연변 거지들'을 통해 자성의 바둑 선생이자 접선용 경찰이었던 신우를 납치하고 자성을 부둣가로 불러들인다. 정청은 신우가 잡힌 모습에 당황한 자성을 보며 여기에 또 한 명의 스파이가 있다며 자성에게 해커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보여주는데 정청은 갑자기 옆에 있던 자성의 심복 석무를 삽으로 때려눕힌다. 석무도 경찰이었고 이를 이자성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석무는 이자성의 감시역으로 이자성 몰래 붙여둔 경찰이었다. 이 부분은 정청의 출국 당시 공항에서 살짝 암시되는데, 이자성이 공항에서 잠복 경찰들을 살필 때, 뒤에 있던 석무도 자성과 똑같은 곳을 살피면서 자성의 눈치를 본다, 아예 잠복 경찰들을 화면에 보여주고, 뒤이어 화면에 자성과 석무만 화면에 나온다, 그리고 그 둘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경찰 쪽을 확인한다. 석무는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로서 계급이 자성보다도 높은 경위. 다만 강 과장의 말에 따르면 석무 역시나 자성의 정체가 경찰이라는 건 모르고 있었다.

 

정청은 '연변 거지들' 중 한 명의 칼을 가지고 와서 자성이 보는 앞에서 석무의 목을 베어 죽여버린다. 그리고 신우는 연변 거지들에게 처리를 맡기는데, 자성은 그들의 총을 뺏어든 뒤, 신우가 처참하게 고문당하다 죽게 될 바에야 편안하고 깔끔하게 빨리 죽도록 직접 그녀를 총살하게 된다. 이때 망설이는 자성을 보고 그의 의도를 눈치챈 신우가 편히 죽여달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성은 신우를 쏘아 죽인 후 몇 발이나 쏘아대는데 자신이 배신당한 분노가 폭발해 죽인 것처럼 보이게 위해서인 듯하다. 이후 사망한 석무와 신우의 시체는 드럼통 안에 콘크리트로 담가서 바다 한가운데 수장시켜 버리는데, 이때 자세히 보면 앞의 드럼통은 콘크리트 표면에 신우의 정수리 부근이 굳은 채로 드러나있다.

 

4. 북대문파와 재범파의 충돌

내부 스파이가 모두 제거되고 자성의 신변마저 노출되자 그제야 강 과장은 자신이 정청의 낚시에 걸려서 얌전히 있는 동안 신우와 석무가 죽었음을 깨닫는다. 이에 강 과장은 수감되어 있는 이중구를 만나 자신과 정청이 함께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약을 올린다. 이에 중구는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 나더러 정청을 제거하고 자폭하라는 말이냐며 노발대발한다. 한편 신우, 석무의 죽음에 혼란스러워하던 자성은 강 과장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 자리에 골드문의 넘버 2 장수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강 과장의 입에서 신세계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는데, 원래 유력한 후계자였던 정청과 이중구를 공멸시키고 '허수아비' 장수 기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 이자성을 실질적인 골드문 실세로 만드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다는 자성에게 강 과장은 신우와 석무의 정보가 해커들에게 털릴 때 자성 본인의 정보 역시 털렸다는 걸 알려준다. 즉, 정청은 자성의 정체를 알면서도 석무만 자성의 앞에서 보란 듯 숙청하고 자성은 내버려 두었던 것. 그리고 이제 자신이 가장 안전한 길은 골드문의 실세가 되는 것이라며 협박설득한다. 해킹당한 경찰 기록은 강 과장이 직접 삭제했으므로, 이제 자성의 경찰 경력을 알고 있는 것은 정청(+비서), 이자성, 강 과장, 고 국장 다섯 사람뿐인 셈.

 

뒤이어 강 과장은 자성에게 "정청이가 왜 널 그냥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우린 한 수를 벌었다"며, 이중구계 재범파들이 움직여서 정청은 오늘부로 끝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정청이 부하들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던 중, 주차된 차에 매복하고 있던 재범파 식구들이 정청과 그 부하들을 습격한다. 정청 주변에 호위는 십수 명도 안되는 데다, 무기도 없는 그들은 위기에 몰린다. 정청은 맨주먹으로 여럿을 쓰러뜨리고 건물에 있던 북대문파가 보스를 구하러 내려오지만 여전히 수적 차이가 너무 컸다. 북대문파 조직원들은 격노한 정청을 호위해 어렵사리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지만 그 안에도 이미 재범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끌려들어 가 칼싸움 혈투를 벌인다. 정청은 그들을 전부 쓰러뜨리는 전투력을 선보이지만, 자신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정청의 중국인 비서도 죽인 이중구의 재범 파는 이자성 부부가 사는 집에 쳐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을 관리하고 있던 경찰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고 재범파 조폭들은 체포된다. 경찰은 이자성의 가족의 보호하는 것보다 재범파가 정청을 제거하고 이자성과 그의 가족에게 접근할 것을 예상해 이를 이용해 재범파까지 제거할 목적으로 잠복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신세계'가 극비 프로젝트라 이자성의 신분은 강 과장과 고국장 밖에 모르는 일이라서 딱히 보호를 해줄 만한 명분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두 조직 모두 어리석은 중구가 경찰의 계략에 낚였다고 생각할 뿐이고 딱히 자성이 경찰의 보호를 받거나 경찰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평소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자성의 부인 한주경은 이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아이를 유산해버리고 만다.

 

치명상을 입은 정청은 경찰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고, 그를 찾아온 이사들은 이 사건으로 재범파가 재기불능이 되었으며,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장수기에게 붙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상황을 본 이자성은 이윽고 아내의 유산 소식을 듣는다.

 

이후 정청은 자성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눈다.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인공호흡기를 다시 채우려는 자성을 만류하며, "만에 하나, 나 살면 어떡할라 그러냐. 너 감당할 수 있겠냐?"라고 말하고, 복잡한 감정과 깊은 슬픔에 휩싸인 자성에게 "이제 그만 선택해라. 독하게 굴어… 그래야 네가 살아… 알겠냐?"라는 말을 중국어로 남기고 사망한다.

 

자성이 경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자성을 보호하기 위해 죽음 앞에서 삶의 의지를 포기한 정청의 애정을 진하게 볼 수 있는 부분. 혹은, 자기의 북대문파를 애지중지하는 리더로서 정청이 남겨놓은 마지막 승부수가 자성이어서 살려둔 걸 수도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 대본에서 왜 자성을 죽이지 않느냐는 변호사의 물음에 강 과장의 역린을 건드릴 것이라고 해명하며 자성을 살려두면 역으로 경찰과의 관계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죽기 직전 나눈 대화에서는 북대문파를 잘 부탁한다거나 뒷일을 맡기는 말보다는 자성의 개인적인 안위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면 자성 자체에 대한 정이 컸기는 한 듯.

 

원래 대본에서는 이자성이 정청에게 "내가 경찰인 걸 알면서도 왜 나를 살려줬냐?"라고 직접 물어보는데 정청은 "난 너를 만나서 손해 본 게 하나도 없었다"라고 답한다. 에필로그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6년 전에는 정청보다도 이자성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정청은 야망이 크지는 않은 인물이었지만 이자성은 당시 신입 순경으로서 중대한 업무를 맡아서 열의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정청을 이 정도 위치까지 올려놓는 데 알게 모르게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자성을 만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자성이 자신을 이용했다고 해도 후회는 없다고 할 정도로 정청 입장에서 이자성은 굉장히 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던 것이다.

 

5. 골드문 회장 선출 이사회

비가 오는 저녁, 정청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이자성은 장례식장 밖 현수막 아래에서 육개장을 먹는 연변 거지들과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늦은 밤, 정청의 집무실로 간 자성은 정청의 금고를 열어 자신의 경찰 인사기록카드와 함께 놓인 싸구려 ROLES 시계를 발견하고 손목에 찬다.

 

운명의 골드문 회장 선임 임시 이사회 날, 이자성이 집을 나서려 할 때, 장수기가 자신의 차로 같이 가길 제안한다. 그런데 그의 차는 느닷없이 속력을 높이더니 자성의 경호원들을 따돌리고서는 천안 쪽 부하들이 있는 외딴곳으로 향한다. 장수 기는 이자성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장면이 바뀌어, 이중구는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고 홀로 자신의 아지트인 미완성된 아파트로 향한다. 아지트에 암살자가 있는 것을 느끼고 담배 있으면 하나만 주라고 하자, 그를 암살하러 온 북대문파 부하들이 나와 담배를 빌려 피우도록 한다. 이후 이자성이 회장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발언을 하고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라고 유언을 남긴 채 붙들린다.

 

장면이 다시 바뀌며, 천안 조폭들은 이미 이자성에게 포섭되어 있었고, 오히려 장수 기를 야구배트로 엄청 때린 후 자동차에 벽돌을 채운 채 운전석에 태우고 포박해 수장함으로써 살해한다. 그리고 동시에 연변 거지들을 시켜 고 국장, 강 과장도 살해한다. 게다가 같은 시각 이중구도 북대문파 부하들에게 붙들려 떨어져 살해된다. 골드문의 경쟁세력과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 나절만에 없애버린 것이다.

 

한편 이사회가 열리고 장수기의 일신상의 사정으로 더 이상 회장 후보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자성이 북대문파 부하들로 회의실을 점거 후 단독으로 회장직 후보에 오른다. 결국 정청의 유언을 따라 경찰이 아닌 골드문의 회장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자성은 골드문 회장 자리에 앉아 강 과장을 만나 신세계 프로젝트를 시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정청이 남겨놓았던 자신의 경찰 자료를 태워버린 뒤 담배를 피워물며 창밖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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