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품 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by 코코샤넬8 2024. 7. 8.
반응형

영화 포스터 '범죄와의 전쟁'

 

영화 '범죄와의 전쟁' 간략 소개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 보스 최형배를 만나다! 1982년 부산. 해고될 위기에 처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수출, 마지막으로 한 탕 하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머리 쓰는 나쁜 놈과 주먹 쓰는 나쁜 놈, 부산을 접수하다! 익현은 탁월한 임기응변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주먹 넘버원 형배와 로비의 신 익현은 함께 힘을 합쳐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하고, 두 남자 앞에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의 한판 승부. 범죄와의 전쟁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조직의 의리는 금이 가고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 사이의 배신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한판 승부, 최후에 웃는 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감독/출연진

감독: 윤종빈

주연: 최민식, 하정우

조연: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김성균, 김종수, 김종구, 권태원, 김혜은, 김영선, 송영창

우정출연: 나카지마 다케시, 김민주, 박병은

특별출연: 김응수, 박성광

 

 

수상내역

2012

- 1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대상)

- 33회 청룡영화상(남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인기스타상)

- 6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남우주연상)

- 3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각본상)

- 21회 부일영화상(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신인 남자 연기상)

- 48회 백상예술대상(영화 대상, 영화 남자신인연기상)

 

 

줄거리

1. 1982년 3월

부산항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세관원 최익현 주임은 밀수 및 뒷돈거래 등으로 불법적인 이윤을 챙기던 전형적인 부패 비리 공무원이다. 동료 및 상사들과 비리를 저지르던 중 한 피해자의 고발로 인해 단체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동료들과 상사 조 계장이 미리 짜고 가장 부양 가족이 적은 익현에게 강제로 총대를 메게 하여 해고를 당할 처지에 몰린다. 이후 야간 근무 중 동료인 장 주임에게 신세한탄을 하다가 항구 CCTV에 수상한 2인조를 발견하여 쫓았으나 실패. 이들이 뒤지던 컨테이너를 뜯고 그 안에서 히로뽕 10kg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익현은 히로뽕을 몰래 처분해서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면서 장 주임을 궤변으로 꼬드긴다. 이에 장 주임의 주선으로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보스, 최형배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악연의 시작.

 

외곽의 비닐하우스에서 히로뽕 처분 문제를 논하던 익현은 술에 취해 형배에게 이것저것 캐묻다가 서로 같은 본관에 같은 파임을 알게 되고, 그의 아버지가 참치잡이를 하는 먼 집안 친척사람이며 형배가 자신의 현손자 뻘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절을 올리라며 주정을 부리다가 형배의 부하 창우에게 밖으로 끌려나와 연달아 뺨을 맞는다. 형배도 익현을 같잖다는 듯이 쳐다보며 거래를 하러 왔으면 거래만 할 것이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이는 사실 익현이 의도한 것으로, 형배와 헤어진 후 곧장 형배의 아버지 집으로 출두해서 형배의 큰절을 받고 화해하게 된다. 어부였던 형배의 아버지는 이제 39세 정도인 익현보다는 한참 연상으로 보이지만, 촌수로는 익현이 더 위인지라 깍듯하게 모신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훨씬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해서 인지 이런 위계질서에 익숙한 듯. 익현이 형배와 만나기 이전부터 익현을 알고 있었으며, 어부다 보니 세관 공무원인 익현에게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던 듯하다. 익현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최형배의 아버지조차 익현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판에 아버지에겐 꼼짝 못 하는 최형배가 어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작중 등장하는 익현과 친척들의 집안 분위기 자체도 결속력이 강한 최 씨 집안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별 상황이 아니어도 익현을 너무 잘 대우한다.

 

이때부터 형배는 익현을 자기 조직원들에게도 정식으로 소개해주는 한편 '대부'(大父)라고 존칭하는데, 할아버지뻘의 웃어른을 칭하는 말로 익현이 형배의 아버지보다도 항렬이 몇 단계 높으므로 형배에게는 익현이 고조할아버지 뻘이 되기 때문.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어색하다. 이후 히로뽕 판매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거래대금을 건네준 형배는 지난번 일을 정식으로 사과하며 밥 한 끼 먹을 것을 제안하고 익현이 밥만 먹냐며 주거니 받거니 창우를 데리고 술집에 가게 된다. 다시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리던 익현은 화장실에 가려다가 자신에게 그간의 모든 비리를 덤터기 씌워 총대 메고 사직하게 한 조 계장을 만나게 되는데, 조계장은 자기가 덤터기 씌워서 내쫓은 익현에게 좋게 말을 해도 욕먹기 좋은 상황에 아직도 익현을 자신의 졸개처럼 취급하며 조롱한다. 이에 익현은 조계장을 추켜세우는 척하면서 조롱하고 시비를 걸다 싸움이 나고, 창우의 도움으로 조계장을 개 패듯이 두들겨 패주면서 상황이 종료된다. 이 장면이 형배에게 나름 인상을 준다. 형배는 이때까지는 익현을 평범한 세관원으로만 알았기 때문. 돈냄새를 맡았다. 형배는 익현에게 동업을 제안하고, 퇴사 후 일거리가 딱히 없던 익현이 동의한다. 그렇게 형배의 전투력과 조직력, 재력과 익현의 인맥과 정치력으로 본격적인 동업을 시작하고, 카지노 및 관광호텔의 수익으로 짭짤한 이윤을 남기며 잘 나가게 된다.

 

2. 1985년 4월

그러던 중 익현은 사우나에 갔다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나이트 사장 허삼식을 만나게 된다. 원래 별볼일 없는 세관원 정도였던 최익현이 여러 조폭을 거느린 그럴싸한 모습이 된 것을 보고 놀란 허삼식은 자기 나이트의 이윤을 다 빨아먹고 있는 조폭 세력들을 몰아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다. 허삼식의 나이트의 이윤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된 최익현은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뿌리며 자신을 보호할 인맥을 구축하는 한편 최형배와 모의하여 허삼식의 나이트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여사장과 내연의 관계인 김판호 조직을 몰아낼 궁리를 하게 된다. 알고 보니 판호는 형배와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사이로 원래 형배의 부하이었는데, 이후 독립하여 버젓이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 그렇다곤 해도 건달끼리도 규칙이 있다며 형배는 남의 구역(구역)을 침범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익현은 네가 판호보다 약하냐고 물으면서 형배의 약을 올리는 한편 자신과의 친족 관계를 이용하자고 제안한다. 익현은 이 와중에도 자신을 보호할 인맥관리에 철저한 계산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익현은 태권도장 하는 매제를 대동하고 허삼식의 나이트에 있는 판호의 조직과 담판을 짓지만, 자신을 비웃는 여사장에게 침을 뱉고 손찌검을 하다가 몰매를 맞고 쫓겨나게 된다. 사실 이것은 계획된 것으로 형배의 개입에 나름의 명분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맞고 온 것이었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형배의 조직은 즉각 쳐들어가 안에 있는 판호의 부하들을 습격해서 전부 쓰러뜨리고 물건들을 모조리 와장창 때려부수고 순식간에 나이트를 장악한다. 부하들이 제압당하자 당황해서 뛰쳐나온 판호는 형배와 담판을 짓게 되는데, 우선 나이트 배치인원을 반으로 나누고 은퇴하는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두둑이 챙겨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형배는 나가는 조직원들은 최대한 챙겨주겠지만 더 이상 판호의 부하들이 남아 있을 순 없다며 딱 잘라 말한다. 이에 판호가 "인마 나도 가오가 있다 아이가?"라고 하자 심기가 뒤틀린 형배는 예전처럼 담뱃불이나 붙여 보라며 기싸움을 벌인 끝에 판호를 끌어내어 맥주병으로 머리를 3번이나 강타하고 얼굴을 담뱃불로 지져서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힌다.

 

그렇게 익현과 형배는 나이트도 장악하고 잘 나가게 되지만, 기존의 이윤을 거의 빼앗아놓고 마지막 남은 경리 자리까지 가져가려는 익현에게 여사장이 항의하다가 대판 싸움이 붙어 경찰에 모두 연행된다. 경찰에는 이미 익현과 형배에게 나이트의 모든 자리를 다 빼앗긴 판호가 자신을 폭행한 형배를 고소한 상태였고, 익현과 형배는 나란히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런데 익현은 자신에게 반말하며 거칠게 다루는 형사를 수갑찬 손으로 때리면서 "마, 너희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인마! 너희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어! 같이 밥 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다 했어!"라고 위세를 떨어서 형사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 기세등등하게 군다. 이때 함께 잡혀 들어가서 형사들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두들겨 맞고 무시당하던 형배의 조직원들과 여사장은 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그렇게 익현은 형배가 판호를 폭행한 것과는 별개인 데다가 원래 전과도 없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동안 밥도 묵고 싸우나도 같이 가고 하며 공들인 인맥들 덕분에 가뿐히 나오게 된다. 하지만 형배는 과거의 전과도 심각하고, 판호의 부상도 워낙에 심각한 탓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이에 익현은 최 씨 종친회 및 여러 인맥을 찾아다니는 한편 종친인 최주동 부장검사에게 은혜 잘 갚게 생긴 금두꺼비를 비롯한 뇌물 공세로 로비 실력을 발휘하여 형배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도록 풀려나고, 단순폭행으로 처리되어 합의금만 내면 되게끔 적극 돕는다. 그간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백으로 풀려나 본 적이 없어, 꼼짝없이 징역을 살 줄 알고 좌절했던 형배는 익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하고 이때를 기점으로 익현과 형배의 유대 관계와 의리는 더욱 두터워진다. 이후 형배의 힘과 익현의 인맥 및 능구렁이 같은 친화력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이 당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 88 올림픽 준비로 많은 외자 유치가 필요했던 한국 정부의 사정을 읽은 익현을 안기부에 줄을 대어 재일교포 자금을 끌어오는 대가로 부산 지역에 카지노를 허가를 얻어낸다. 형배는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일본 야쿠자들에게 줄을 댄다. 결국 이 둘은 그토록 원하던 합법적인 카지노까지 손에 넣고 엄청난 부를 긁어모으게 된다. 하지만 조폭의 세계에서는 분명 두목인 형배지만 이런 정치의 세계에서는 익현의 부하 밖에 될 수가 없었다. 결국 형배는 형배대로 어느 정도 감정이 상하게 된다.

 

3. 1987년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조직의 두목 형배의 위상을 자꾸 넘나들며 행동하는 익현의 행동이 그렇지 않아도 불씨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형배와 익현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커지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을 감독하던 익현의 매제 김서방은 연예인 섭외비 문제로 창우와 갈등을 빚고, 창우에게 삥땅 친 섭외비 절반을 내놓으라고 을러대다가 맥주병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는다. 이에 분노한 익현이 창우를 두들겨 패지만 창우가 익현을 들이받아버린다. 기세에 밀린 익현이 빈총으로 창우를 협박하던 중 형배가 나타나고, 형배가 익현을 대신해 창우의 머리를 마이크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며 일단 상황을 정리해 준다. 하지만 형배는 익현에게 자기 식구들을 혼낼 때는 자신에게 먼저 말을 하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 준다. 깡패의 세계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이후 판호 세력과의 계속되는 갈등 중에, 창우가 형배와 익현을 판호세력이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얻고 조직원을 소집한다. 사실 창우는 이전부터 익현에게 충분히 감정이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뒤에 실제로 형배가 습격당한 것을 보면 뭔가 제대로 위험을 감지한 상황이 맞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현은 상황을 싸움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보겠다며 해산을 명령하지만, 창우는 형배에게 물어보고 듣겠다며 따르지 않는다. 결국 익현과 형배가 언쟁을 벌이는데, 공무원 출신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아는 익현은 조직폭력배에 대한 단속과 감찰이 횡행하는 시국에서 무력으로 뭔 일이든 해결해 버리려는 형배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고, 형배는 깡패의 세계에서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주기적인 주먹싸움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되려 익현이 건달인지 민간인인지를 묻자 익현은 깨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본다.

 

결국 형배는 전쟁을 감행하려 하고, 형배가 전쟁을 하면 그간의 사업기반이 다 날아가게 될 것이 걱정되는 익현은 형배에게 말하지 않고 판호를 직접 찾아가 해결해 보려 한다. 익현 때문에 자신의 부하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으니 전쟁을 하겠다며 기세등등한 판호에게 당장 줄 것이 없었던 익현은, 어차피 얼마 안 지나 부산 바닥에 빠칭코가 넘쳐날 것이니 이후에 관광호텔이 생기면 자신이 직접 안기부에 줄을 대줘서 판호에게 영업권을 넘겨주겠다고 판호를 달랜다. 이에 사업 때문에 익현의 인맥이 정말 필요했던 판호는 되려 자신과 같이 사업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익현은 처음에는 판호에게 펄쩍 뛰면서 무슨 얘기냐고 하다가, 판호가 되려 익현이 자신에게 카지노나 파칭코 영업권 같은 걸 넘겨주려 하면 형배가 가만있겠냐고 하자, 익현은 순간의 자존심 때문에 지가 누구 덕분에 밥 먹고 사냐며 형배는 신경 쓸 것 없다며 마치 형배가 자신의 아래인 것처럼 마구 큰소리를 치기에 이른다. 이는 익현을 감시하던 형배의 조직원을 통해 모두 형배에게 보고된다.

 

형배는 이를 심드렁하게 받아들이지만 경호 인력도 철수시키고 혼자 숙소인 호텔로 복귀하던 중 판호의 지시를 받은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6월 항쟁 기간으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여 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형배가 부하들을 먼저 퇴근시키고 시위대 사이에서 혼자 걸어가던 중 자객의 미행을 눈치채고 근처 파출소로 피신하는데, 수배된 형배를 알아본 경찰관이 형배를 불러 세운 순간 시위대가 파출소 안으로 최루탄이나 화염병을 던지자 파출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그 와중에 파출소에서 빠져나가려던 형배를 자객이 무지막지하게 찌른 후 도주했다.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사망할 뻔했으나 시위 중이던 시민들이 그를 발견한 덕에 병원으로 실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소식을 들은 익현이 허둥지둥 찾아와서 안부를 묻지만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형배의 태도는 이미 극도로 싸늘해진 상태였다. 형배는 익현에게 부하 창우와의 대화를 위해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면서 선을 긋고, 창우는 두놈다 가만두면 안 된다며 몸이 안 좋은 형배 대신에 자신이 둘을 치겠다고 제안하고 형배는 창우에게 판호와 익현의 처리 문제를 지시한다. 아마도 형배는 판호와 익현이 접선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습격을 당했다 보니 익현이 형배를 배신하고 정보를 넘긴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익현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창우도 판호 옆에 딱 붙어가지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꼬리 칠 땐 언제냐고 한 것도 그렇고 분명히 정보로는 익현과 형배 둘을 작업하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는데 익현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일법 하다. 다만 그 이후 대화를 보면 익현이 형배를 습격하라 지시한 건 아니라 판단한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 자신의 편을 안 들고 판호를 찾아가서 자신을 좇도 아닌 놈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익현이 정보를 넘긴 건 둘째치고 익현의 이 같은 행동에 자존심이 극에 달할 정도로 상한 듯 보인다.

 

아무튼 이후 창우를 앞세운 형배의 부하들이 판호의 아지트를 습격하지만 판호는 무사히 빠져나간 후였고, 익현은 영문도 모르고 야산에 끌려가 죽도록 얻어맞고 생매장 위협을 당한 후 오줌 세례까지 당한다. 이후 익현과 형배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다신 이 바닥에 발 붙이지 말라는 형배의 경고와 함께 카지노 및 기타 사업장 정리한 금액의 일부만을 받고 쫓겨나는 데 받은 거라고는 007 가방 하나분의 지폐 외 서류 몇 장, 그리고 추가로 얻어맞아서 뼈가 상했으니 고아 드시면서 요양하라고 창우가 건넨 사골이 전부였다. 가방 안에는 현금으로 1억, 100만 원권 수표로 2억이 있었다. 사실 1980년대 기준으로 상당히 큰돈이라지만 그동안 익현이 초반에 사업장 자금 대랴, 형배 빼내려고 종친회에 돈 바르랴, 부장검사한테 금두꺼비 바치랴 등등 자신이 썼던 돈에 비하면 완전한 토사구팽. 익현도 어이가 없었는지 '이게 다가?'라면서 되물었을 정도. 본인은 입 무겁다며 돈을 받고 계약서를 넘겼다. 게다가 이미 모든 걸 뺏기며 절망하고 있는 익현에게 창우가 명절 때 고향에 굴비세트라도 사가게 용돈이나 좀 달라는 소리까지 하면서 자존심까지 짓밟았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익현은 형배의 경고를 무시하고 판호와 진짜로 손을 잡아 버린다. 사업상 익현의 인맥이 필요했던 판호는 딱한 처지가 된 익현에게 찾아가서 형배를 흉보고 아예 익현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한 것 결국 자기가 그렇게 중요시 여기 던 혈연관계도 거스르고, 상대 조직에 붙은 익현은 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는데, 짧은 시간에 부산에서 호텔 3개의 빠칭코와 건물을 다수 보유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상승세.

 

4. 1990년 10월

그러나 직후 닥친 게 그 유명한 범죄와의 전쟁. 전국적인 조직폭력배들의 수배 및 강력한 체포 소탕령에 부산의 폭력배 세력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검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으로 창우까지 잡혀가는 등 판호와 형배 조직은 거의 와해되어 버리고, 와중에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 1주일 전 판호가 자신들의 동업자였던 허삼식을 납치 후 물고문을 한 후 무자비하게 폭행하였고 간신히 탈출한 허삼식은 익현을 만나봤지만 담배만 피우면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면서 허삼식이 신고하는 것만 막을 뿐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자 이를 익현의 사주라고 생각한 허삼식이 그를 신고하여 익현 역시 휘말려 들어가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다. 영화가 막 시작한 초입부에서의 뉴스 장면, 그리고 익현이 조범석 검사와 처음 대면하는 장면이 바로 이 시점.

 

하지만 익현은 이번에도 형배를 빼내주었던 최주동 부장검사에게 연락을 취해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때 부장검사는 익현이 깡패들과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깡패는 아니지 않냐고 하면서, 상식적으로 같은 집안 조카인 형배의 반대파인 판호와 붙어먹었겠냐며 조 검사를 몰아세운다. 그런데 이 논리 구조에는 익현도 형배도 모두 부장검사와 한 집안사람이라는 치명적인 함정이... 그래도 일단 이 이야기가 설득력도 있고 당시의 기수문화가 먹히면서, 조범석도 일단 익현을 풀어주고 재수사하기로 이야기가 끝난다.

 

풀려난 익현은 인맥과 로비 기술을 총동원해서 자신을 엮으려 하는 조 검사에게서 벗어나려고 하고, 조 검사와 친한 선배 변호사와도 자리를 주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벌인다.

 

하지만 조 검사는 여사장의 참고인 진술을 받아내는 등 철저한 수사를 벌인 끝에 판호와의 연계를 밝혀내고, 결국 판호와 익현은 검찰에 검거된다. 뻔뻔하게도 술자리에서마저 자신을 수사하는 조 검사를 구워삶으면서 자신은 판호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발뺌했던 익현은 조 검사 앞에서 판호와 대면하게 된다. 당연히 판호는 익현에게 내가 니 졸개냐며 분노하며 죽일 기세로 달려드나 이내 수사관들에게 제압되어 끌려가면서 조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얻어맞는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면담을 시작한 조 검사는 지금 모든 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적용법조를 가볍게 하여 책임지고 3년만 살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잔머리의 대가 익현은 이 상황에서도 빠져나가기 위해 역으로 조 검사와 자신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는데, 바로 자신을 지금 불구속으로 풀어준다면 조 검사가 거물급 조폭 두목인 형배까지 체포할 수 있게 협조하겠다는 것. 그는 이제 형배나 판호 같은 깡패들에게서 완전히 손을 떼고 조 검사라는 공권력에 붙게 된다.

 

한편 숨어 지내던 형배는 이번 소탕령이 익현과 조 검사가 손을 잡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수작으로 생각하고 익현을 잡아오게 한다. 검찰에서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형배에게 소환된 익현은 밥을 먹던 중 갑자기 끌려가고 이번 일이 대통령 특별 지시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며 만약 자신이 관계있다면 판호는 왜 잡혀갔겠냐면서 울며 사정하고, 자신 역시 조 검사 비위 맞춰주려고 둘러댄 거라며 필사적으로 항변해 달리 방도가 없는 형배는 이번 한 번만 더 '속아주기로' 한다. 익현은 자신도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뜰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형배에게 배편과 위조 여권을 구해줄 테니 일본의 고베로 피해있으라는 거래를 제안하고, 형배는 익현의 제안에 승낙하면서도 이 거래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연은 이제 끝이라고 선언한다. 한편 차 안에서의 회화는 재미있는 점이 많다.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생각은 했지만, 형배는 익현이 판호와 붙어먹었다는 의심보다 '대부님이 판호에게 나를 좇도 아닌 놈처럼 이야기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감정이 틀어졌던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익현과 형배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

 

하지만 위조 여권을 만들어 형배의 비밀 아지트에 간 것부터가 이미 조 검사와의 계획이었다. 익현은 형배를 유인하여 잠복한 조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데려간다. 결국 포위당한 형배는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차 안에서 익현을 죽이려다 그의 저항으로 실패하고 검찰에 검거된다. 익현은 마지막으로 칼을 들고 발악하는 형배에게서 빈 총을 필사적으로 휘두르며 맞서다가 다리에 칼을 맞았지만 목숨을 건진 채 수사관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온다. 조 검사는 최익현의 총을 살펴보지만 총알이 없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지으며 다소 충격받은 듯한 표정으로 익현을 바라본다.

 

5. 종장

이번에도 살아남은 익현은 무혐의로 풀려난다. 이후 조 검사에게 붙어서 주요 인맥을 연결시켜 주는 거래를 하며, 영화 개봉 시점인 2012년 2월에도 어찌어찌 아들내미 잘 키워 검사 아들 둔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부산에서 유명한 재력가가 되어 최후의 승리자로 살아간다. 손자 돌잔치에까지 사업 관련 청탁을 하러 온 사람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지역유지가 된 모양. 사법연수원 '차석'으로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된 익현의 아들을 보면서, 익현의 인맥과 로비 기술로 검찰국장의 자리까지 오른 조범석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던 아버지는 반달인데 아들은 2등 출신 검사이니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겠지만 조범석의 입장에서는 비리공무원 → 조폭 → 검사로 박쥐처럼 옮겨 붙으며 이득을 취하던 최익현이, 결국 검사의 아버지가 되어 자신을 승리하게 만든 검사라는 타이틀, 즉 최익현이 생각하는 최고의 권력자를 혈연관계로 키워낸 상황이 재밌게 느껴진 듯하다.

 

화면이 바뀌어서 손주 돌잔치 피로연의 장면들이 비치고 누군가의 시선이 된 카메라는 파티장으로 들어오더니, 손자를 안고 있는 익현의 옆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자신이 이뤄낸 영화(榮華) 속에서 덤덤한 얼굴로 시간을 보내던 익현은 "대부님"이라며 그를 부르는 형배의 목소리를 듣는다. 형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익현의 불안함이 만들어낸 환청인지, 출소 후 정말로 찾아온 형배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익현은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서서히 시선을 돌리고 카메라와 익현의 눈이 마주치려는 순간,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오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때 익현의 표정은 당황하지도 경계하지도 않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개를 돌리기 전 아주 찰나 순간이지만 잠깐 머뭇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성취한 인생의 늘그막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대상을 마주한 자의 모습이 아주 현실감 있게 표현된 장면이다.

반응형